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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신윤복, 조선후기 풍속화, 생애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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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1758~) 생애

 

지금까지 서양의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였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화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이 작품은 누구나 교과서에서 한 번쯤 본 기억이 날 정도로 매우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혹시 이 그림의 제목을 알고 계신가요? 네, 맞습니다. 바로 조선의 이상적인 미인상을 한 폭의 그림으로 남긴 화가 신윤복의 작품 미인도입니다. 미인도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신윤복의 작품들에 비해 화가 신윤복의 삶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마치 수수께끼의 화가 얀 반 에이크처럼 말이죠, 하지만 초기의 행적이 밝혀지지 않았어도 자화상 등을 통해 얼굴을 추측해 보거나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의 생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신윤복의 생애는 극히 일부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양의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였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화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이 작품은 누구나 교과서에서 한 번쯤 본 기억 날 정도로 매우 친숙한 느낌이 듭니다. 혹시 이 그림의 제목을 알고 계신가요? 네, 맞습니다. 바로 조선의 이상적인 미인상을 한 폭의 그림으로 남긴 화가 신윤복의 작품 미인도입니다. 미인도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신윤복의 작품들에 비해 화가 신윤복의 삶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마치 수수께끼의 화가 얀 반 에이크처럼 말이죠, 하지만 초기의 행적이 밝혀지지 않았어도 자화상 등을 통해 얼굴을 추측해 보거나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의 생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신윤복의 생애는 극히 일부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어두운 밤의 양반과 기녀의 은밀한 사랑과 같이 베일에 싸여있는 화가 신윤복입니다. 신윤복은 1758년에 태어났습니다. 신윤복의 부친 신한평과 조부는 도화서 화원이었는데요. 특히 신한평은 영조와 정조의 어진 제작에 참여했으며 초상화뿐 아니라 산수화와 화조화에도 뛰어난 화가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신윤복은 화가였던 집안의 대를 이어 일찍이 그림에 입문해 화원이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윤복에 대한 유일한 기록은 한국 역대 서화가들의 계보를 밝힌 오세창의 저서 『화사양가보록』과 『근역서화징』에 적혀있는 문구인데요. 자는 입부요. 호는 혜원이니, 고령인이다. 신한평의 아들이고 풍속화를 잘 그렸다.라고 짧게 적혀 있는 단 두 줄로 신윤복의 생애를 추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신윤복의 호 혜원은 혜초정원을 뜻하는 것으로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하가 지은 「밤새 마시고 아침이 되어야 자는 노래」에 등장하는데요. 이익의 손자인 이구환이 신윤복을 마치 방외인, 즉 속세를 벗어난 사람 같고 여항인들과 어울리며 동가식서가 숙하면서 지낸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보아 화가의 성격을 따서 지어진 호인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시대 때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신윤복이 갑작스럽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때는 근대기 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일본의 미술가 세키노 다다시는 신윤복을 시정촌락의 풍속을 정묘하고 농염하게 그린 풍속화가라고 극찬하였으며 근대기 미술 비평가였던 윤희순 역시 동양화의 조선화와 미술의 생활화를 실현한 제 일인자라고 말하였는데요. 조선후기의 무명화가가 갑자기 일약 천재 작가로 부각된 것입니다. 신윤복은 서당을 그린 화가 김홍도와 반상도를 그린 김득신과 더불어 조선시대 3대 풍속화가로 지칭되는데요. 풍속화 외에도 남종화풍의 산수와 영모 등에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신윤복은 선배 화원이자 당시 이미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김홍도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신윤복의 그림과 글씨를 보면 김홍도의 화풍이 변모되어 그려진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단순히 김홍도의 영향을 받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하였으며 이후에는 김홍도와 쌍벽을 이루는 독특한 풍속화를 발전시켰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신윤복과 김홍도 모두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화가이자 풍속화가라는 점에서 두 화가의 작품이 서로 비교가 되곤 하는데요.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윤복의 그림은 소재 선정부터 필법과 구성, 색채 표현에서 김홍도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화가의 작품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김홍도는 서당에서 훈장님께 혼이 나고 있는 아이의 모습과 같이 소탈함과 익살이 깃든 서민층의 풍속을 주로 다루었으며 주제를 살리기 위해 배경을 생략하는 구성을 즐겨 사용하였습니다. 반면 신윤복은 양반층의 풍류나 남녀 간의 연애, 기녀와 기방의 세계를 도시적 감각과 해학으로 펼쳐 보였으며, 주로 향락적인 생활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구성적인 면에서는 현대적인 구도와 치밀한 주변 배경 묘사로 주제를 부각했으며 독특한 상황 설정으로 조선시대 풍속화의 영역을 보다 다채롭게 넓혀 주었습니다.

다음으로 그림의 선과 색을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홍도의 무동 중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악사들의 모습인데요. 선이 강하고 빠르게 그어져 있으며 대부분 엷은 갈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엔 신윤복의 그림을 볼까요? 김홍도의 그림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선이 가늘고 유연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또한 색을 최대한 절제한 김홍도에 비해 부드러운 담채 바탕에 빨강, 노랑, 파랑의 산뜻하고 또렷한 원색을 즐겨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김홍도와 신윤복의 차이를 명확히 아시겠죠? 신윤복의 풍속화는 유독 남녀의 애정행각을 다룬 에로틱한 표현의 춘의도가 많습니다. 이러한 춘의도를 그렸던 것은 조선시대 성리학 이념의 폐쇄적 굴레에 반하는 획기적인 일이었는데요. 신윤복은 양반들의 위선과 불륜을 대담하게 파헤치고 풍자하면서 인간의 본질적이고 은폐되었던 면을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또한 신윤복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존재감을 얻지 못했던 여성들을 작품에 등장시켰으며, 더욱이 조선시대 가장 천한 신분에 속했던 기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기방이나 여속에 대한 관심을 고도의 회화성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지금까지 문헌에 남겨진 기록들과 평론가들의 평가, 그리고 작품을 통해 신윤복의 생애를 추측해 보았는데요. 현재까지도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신윤복의 비밀스러운 생애는 여러 사람들에게 상상의 대상이 되어 다양한 소설과 드라마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미인도에 묘사된 치명적인 색의 정체

신윤복은 그림에 원색을 자주 사용하였던 색채의 달인으로 평가 되는 화가인데요. 특히 신윤복의 여인도 중 가장 알려진 작품인 미인도에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만큼 치명적인 색의 비밀이 숨어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조선시대의 가장 이상적인 미인의 모습이 담겨 있는 미인도에 대해 알아보면서 그림 속 치명적인 색의 정체를 밝혀볼까요? 우선 〈미인도〉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의 사 미인도는 네 명의 궁녀나 기녀를 그리는 그림인데요. 놀랍게도 사 미인도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목적이 아닌 여인을 멀리하라는 교훈을 알려주기 위한 그림이라고 합니다. 여자를 멀리하다는 말은 한자로 사녀라 하는데요. 뜻은 다르지만 소리가 같은 숫자 4를 사용하여 사녀라고 칭한 것입니다.

〈미인도〉의 여인은 당시의 이상적인 여인상, 즉 단정하고 기품이 묻어나면서도 조용하고 순종적인 인물로 그려졌는데요. 여성들은 〈미인도〉의 여인의 모습을 보고 배우며 남성들은 이러한 여인을 아내로 얻으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여인의 생김새를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미인도의 여인의 모습은 현대의 미인과는 사뭇 다르지만 그 당시 조선의 이상적인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머리는 칠흑처럼 검고 단정히 빗었으며, 초승달같이 둥근 모양의 짙지 않고 가는 눈썹, 작고 가늘고 긴 눈과 얼굴 면적에 비해 굉장히 작은 입이 그려져 있습니다. 얼굴형은 볼에 살이 통통하게 붙어있는 달걀형이며 목은 가늘고 길고 어깨는 좁으며 목선이 연결되듯 이 곡선으로 빠져있습니다. 유방은 작거나 아예 표현되지 않았는데요. 그에 비해 엉덩이는 크게 그려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엉덩이를 강조한 이유는 아이를 잘 낳는 여인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시대적 미인상을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손은 작지만 손가락은 가늘고 길어서 섬섬옥수로 불러질 만합니다. 여인의 의상은 어떨까요? 〈미인도〉의 여인은 소매가 좁고 가슴이 짧은 삼회장저고리에 속옷을 여러 겹 껴입어 배추처럼 부풀린 옥색치마를 입고 있는데요. 이 의상은 하후상박의 복식미를 대변하는 것입니다. 하후상박이란 상의는 좁고 꼭 끼며 하의는 엉덩이 부분이 풍성하게 부풀려져 있고 발 쪽으로 내려오면서 다시 좁아지는 여성 한복 특유의 모양을 말합니다. 두 손으로 묵직한 노리개를 만지작거리며 열망을 가득 담고 있는 표정과 미처 매지 못한 옷고름과 어정쩡하게 서 있는 여인의 포즈는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물오른 앵두처럼 터질 듯 붉게 부푼 입술은 무엇을 말할 듯하며 맑고 그윽한 눈빛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는데요. 도대체 이 여인은 누구이며 왜 이렇게 서 있는 걸까요?

이 여인의 정체는 신윤복이 직접 쓴 그림 왼편의 문장으로 짐작됩니다. 문장을 해석해 보면 그린 사람의 가슴속에 만 가지 봄기운이 서려 있어 붓끝으로 실물을 따라 참모습을 옮겨 낼 수 있었다.라는 뜻인데요. 화가의 가슴에 춘정을 서리게 한 여인의 정체는 현재까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어쩌면 신윤복이 사랑했고, 함께 했던 정인이었을지도 릅니다.신윤복은 우리나라의 어느 옛 화가들보다 색채를 잘 구사한 화가였는데요. 특히 〈미인도〉에서는 조선 그림의 특징이기도 한 담채의 차분한 아름다움이 주인공이 취한 다소곳한 자세와 가체가 얹힌 잘 빗질된 머리 형태, 정돈된 옷매무새에 의해 배가되고 있습니다. 또한 옅은 노랑저고리에 쪽빛 치마, 피부색에 가까운 안면 바탕색 등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그림에 선홍이 돋보이는 속고름, 남색 끝동을 단 삼회장저고리의 자줏빛, 검 자줏빛을 띤 머리 오른쪽의 댕기를 그려 넣어 담채 위주의 그림에서 복색을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인도의 옷 고름에 쓰인 붉은색은 진사라는 광물인데요. 진사의 명칭은 산지였던 중국 후난 성 북서부에 있는 진주에서 유래되었으며 주사, 단사, 단주라고도 부릅니다. 진사는 고대부터 세계 각지에서 쓰여왔으며 동양에서는 화구 외에 주칠이나 인주로도 사용됩니다. 진사는 황화수은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광물로서 순수한 것은 86.2%의 수은을 함유하는데요. 색깔은 주색이며, 때로 적갈색을 띠기도 합니다. 진사는 독성이 매우 강하지만 변색이 잘 안 되고 색이 아름다워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화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는데요. 그려진 지 200년이 넘은 미인도에서도 아직도 선명한 붉은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신윤복의 미인도, 단오풍정에서는 노란 저고리가 선명하게 눈에 띄는데요. 이 노란색은 등황이라는 안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등황은 중국, 태국, 실론 등지에 자생하는 망고스틴 나무의 줄기에서 채취하는 수액이 원료인데요. 바깥 면은 황적색, 황갈색이며 황록색의 가루로 덮여 있습니다. 단단하나 부스러지기 쉬운 재질로, 안을 잘라보면 잘린 면이 매끈하고 속이 비어 있으며 광택이 나기도 합니다. 등황을 물에 넣고 으깨면 노란색의 유액이 되는데요. 특유한 냄새가 있으며 맵고 아린 맛이 난다고 합니다. 폴리페놀계의 감보지산이 주성분으로 독성이 있어서 7g 이상을 먹으면 죽음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신윤복의 작품 중 〈미인도〉를 집중적으로 감상하면서 작품 속에 그려진 치명적인 색의 정체를 함께 알아보았는데요. 아름다운 색의 정체는 바로 진사와 등황이었습니다. 고운 빛깔 속에 숨어있던 치명적인 독성은 미인도 속 단아한 모습으로 조선의 모든 남성들을 홀렸던 치명적인 매력의 여인과 닮아 있습니다.

 

작품활동

신윤복의 『혜원풍속화첩』은 모두 30장면으로 구성된 풍속화첩입니다. 이 화첩에는 당시 사람들의 향락적 유흥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는데요. 특히 그림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주제는 바로 남녀의 춘정이었습니다. 보수적이었던 조선사회에서는 남녀가 서로 만나거나 사랑을 나누는 것이 굉장히 제한적이었는데요. 신윤복은 사회의 시선을 피해 정을 나누던 남녀의 모습을 그림으로 기록했습니다. 그 중 달빛 아래에서 밀회를 나누고 있는 남녀의 모습을 그린 월야밀회, 한밤 중에 기방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양반과 기생의 모습을 그린 야금모행, 그리고 여인들의 목욕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동자승의 모습을 그린 단오풍정을 감상하면서 당시 사회를 바라보던 신윤복의 시선을 따라가 봅시다.

 

신윤복, 월야밀회, 18세기 후반

첫 번째 그림은 한밤중 몰래 만남을 갖고 있는 남녀를 한 여인이 훔쳐보고 있는 장면을 그린 〈월야밀회〉입니다. 장안의 인적이 끊어지고 보름달만 휘영청 밝게 비치는 야밤중에 골목길 후미진 담그늘 아래에서 남녀가 어우러져 있는데요. 남자의 차림새를 보면 군복을 입고 손에 장창을 들고 있는 걸로 보아 군관으로 예상되며, 남자와 함께 서 있는 여인은 오른쪽 어깨를 뒤로 빼면서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은 이 상황이 어떤 상황으로 예상되시나요? 아마도 통행금지시간이 있던 밤에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고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군관이 힘없는 처지의 여인을 반강제적으로 붙잡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남녀의 뒤편에는 담에 붙은 채 두 명의 밀회를 엿보고 있는 한 여인이 보이는데요. 화려한 옷차림으로 보아 밀회를 즐기고 있는 군관의 부인이거나 군관과 정통했던 기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담 모퉁이에 비켜서서 동정 어린 눈길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며 혹시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는 않을까 사람의 기척에 무척 신경 쓰면서 가슴을 졸이는 모습으로 보아, 밀회를 성사시킨 장본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여성의 발 모양을 보면 발을 양 옆으로 짝 벌려 담에 바짝 붙어있는데요. 이 여인의 자세를 통해 그림 속 상황이 더욱 긴장감 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바로 그림 속 시선의 방향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인데요. 첫 번째 시선은 담에 바짝 붙어서 남녀의 애정행각을 엿보고 있는 여인의 시선이고 두 번째 시선은 바로 화면 오른쪽 아래 담 밖에서 이 장면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시선입니다. 서양의 화가 세잔이 보여주었던 다시점 기법이 월야밀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처럼 신윤복은 기존 회화의 원칙과 법도를 과감히 깨트리는 실험적인 도전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신윤복, 야금모행, 18세기 후반

두 번째 작품은 흰 도포를 입은 양반이 붉은 옷을 입은 별감을 내세워 야밤에 수청들 기생을 데리고 가는 장면을 그린 야금모행입니다. 야금모행은 통행금지 시간에 몰래 다니다는 뜻인데요. 붉은 옷을 입은 별감은 그믐달이 뜬 이슥한 밤, 갓과 도포차림의 선비와 함께 초롱불을 밝힌 동자를 앞세워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장죽을 입에 문 기녀가 동행한 것으로 보아 일행의 목적지가 기방인 것으로 보이네요. 자주색 허리띠를 착용한 고객은 아직 기방 출입이 익숙하지 않은 듯, 갓을 만지작거리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별감과 흥정하고 있습니다.

그림 속 일행의 옷차림을 살펴볼까요? 먼저 동자가 들고 있는 풍차가 보이는데요. 풍차는 겨울에 추위를 막기 위한 방한모의 일종으로서 검은색에 모피를 댄 점잖은 모양인 것을 보아 손님이 양반의 신분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인은 누비솜바지에 솜저고리 차림이고 양반 또한 누비솜저고리에 솜바지를 입었으며 두 사람 모두 모피로 속을 넣어 만든 털토시를 끼고 있네요. 또한 별감이 풍차를 갓 밑에 받쳐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림의 계절이 겨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화려하게 표현된 별감의 옷차림을 한번 볼까요? 자주색을 남색에 덧댄 풍차는 노란색의 갓, 붉은색 외투와 좋은 배색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림 속 동자의 모습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동자의 키가 현실에 맞지 않게 굉장히 작게 그려져 있는데요. 이것은 동자의 신분이나 중요도가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현저히 적다는 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림의 구도면에서 보면 원근법에 맞지 않는 그림이지만 신윤복은 동자와 다른 세 사람이 크게 대비되도록 구성하여 양반, 기생, 별감에게 시선이 집중되도록 하였습니다.

 

신윤복, 단오풍정, 18세기 후반

이번에는 오늘의 마지막 작품인 단오풍정을 함께 보도록 할까요? 신윤복의 그림은 특히 여인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단오풍정에서도 여성의 심리와 몸매의 묘사가 뛰어나게 표현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신윤복은 단옷날 그네를 타며 목욕을 즐겼던 여인의 풍속장면에 빨강, 파랑 노랑의 서양식 삼원색을 과감하게 선택하였는데요. 빨간 치마 옆에 파란 치마를 두어 긴장된 색채 대비를 구사하였으며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삼원색을 진자주, 흑색과 함께 배치하는 감각을 발휘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에서 주목할 점은 동자승의 은밀한 선인데요. 언덕 사이의 바위틈에 숨어서 그네 타는 여인의 치마 속과, 저고리를 벗고 멱을 감는 아낙을 몰래 훔쳐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신윤복은 이 민망한 풍경을 애써 감추기 위해 그네 타는 여인에게 진한 옷을 입혀 시선을 집중시켰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는 화가 신윤복의 다양한 풍속화를 감상하였는데요. 신윤복은 풍속화를 통해 시대를 고발하거나 비판할 의도보다는 현실을 긍정하고 낭만적인 풍류와 해학을 강조한 화가였습니다. 신윤복은 조선시대 당시 봉건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녀 간의 성 풍속을 과감하게 화폭에 옮김으로써, 조선시대 사회풍속의 숨겨진 이면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도회적인 세련된 감각과 섬세한 필치로 조선시대 풍속화의 영역을 보다 다채롭게 넓혀 주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신윤복의 작품은 미술사 연구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생활사와 복식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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