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라이트(Joseph Wright, 1734-1797) 생애
지금 보고 계신 이 그림은 어떠신가요? 같은 질문을 드렸을 때 아마 여러분은 곧바로 사람들의 얼굴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셨을 것입니다. 도대체 어떤 장치가 그림 속 인물들을 부각하는 걸까요? 바로 작품 속에서 극명하게 대조되는 빛과 어둠입니다. 라이트는 작품 속에 빛과 어두움을 사용한 것뿐만 아니라 18세기에 일어난 산업혁명과 과학을 기록하였는데요. 그래서인지 라이트의 작품을 보면 마치 어두운 방 안에서 함께 재미있는 과학 실험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빛과 과학을 그린 화가 조셉 라이트에 대해 알아볼까요?
라이트는 1734년 9월 3일 영국 더비에서 태어났으며 1779년 8월 29일에 같은 지방에서 사망하였는데요. 라이트에 이름에 붙여진 별칭 '더비'는 런던에서 잠시 그림 공부를 했던 시기와 이탈리아 여행을 제외하고는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더비 지방에서 보냈기 때문이었습니다. 앞서 알아본 것처럼 라이트는 빛과 어둠의 대비로 나타난 명암을 뛰어나게 사용하였으며 과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화가였는데요. 라이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이 특징들은 이탈리아 화가 미켈란젤로 다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라이트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이탈리아 초기 바로크 화가 카라바조는 회화적 혁신에 빛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였습니다. 특히 카라바조는 작품 속에 선과 색만큼이나 빛을 많이 사용한 화가였는데요. 심지어 전체적인 작품의 구도를 바로 이 빛으로 결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카라바조 회화에 큰 감명을 받은 라이트는 일생동안 달빛이나 촛불 등의 불빛과 어둠이 대비를 이루는 상태에서 빛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표정과 어둠과 철저히 대비되어 빛나는 호수 등을 묘사하는 것을 즐겼다고 합니다.
라이트는 많이 알려진 화가는 아니었는데요. 왕족들의 주문에 따라 그림들을 그려주는 일로 역사화나 초상화를 그려주며 생계를 유지했던 다른 화가와는 달리 역사적 의식을 가지고 산업혁명과 과학에 대한 그림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주제가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에어펌프의 실험입니다. 에어펌프의 실험이 완성된 1768년은 영국에 산업혁명이 전개되었던 때로, 일반 대중들이 과학에 큰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던 시기였는데요. 에어펌프의 실험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반영된 그림으로, 아직 산소의 정체가 대중에게 완전히 알려지기 전이었던 당시 한 화학자 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산소에 대한 실험을 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입니다. 즉, 산업혁명과 과학 실험, 그리고 카라바조의 빛과 그림자가 만나 탄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품 속에서는 어두운 방 안에서 과학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탁자를 둘러싼 채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는 구경꾼들과 탁자 위에 우뚝 서 있는 실험도구가 보이는데요. 라이트는 작품 전체에서 실험의 위험성과 성공의 의기양양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붉은 옷을 입은 이 화학자가 실시하고 있는 실험은 바로 유리병 안에 새를 넣은 뒤 에어 펌프로 공기를 빼서 산소가 생명의 원소임을 증명하는 것이었는데요. 실제 실험은 아마도 쥐 나 참새같이 작고 값이 싼 동물을 이용하였겠지만,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인물들의 극적인 표정을 보느라 유리병 안에 든 작은 동물을 지나칠 수도 있으므로 일부러 화려한 앵무새를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볼까요? 가운데에서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화학자는 당시 화학자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는데요. 아직 연금술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지 화학자의 표정이나, 길고 구불구불한 머리카락, 몸에 걸치고 있는 붉은 망토에서 연금술사의 잔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 속에는 여러 구경꾼들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과학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과 흥미를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입니다. 에어펌프의 실험에서 라이트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역시 빛을 다루는 뛰어난 솜씨인데요.
그중 특히 중앙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눈에 띕니다. 탁자에서 나오는 이 밝은 빛은 탁자를 둘러싼 사람들과 실험도구를 감싸고 있는데요. 라이트는 이처럼 단 하나의 광원에서 나오는 강한 명암 대조 효과를 이용하였으며 이러한 특징은 구경꾼들 각각의 얼굴에서보다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실험에 집중하고 있는 대부분의 구경꾼들과는 달리 이 연인은 실험에 무관심해 보입니다. 무관심한 모습의 연인이 작품 속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어쩌면 당시의 많은 대중이 과학에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던 라이트가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를 바랐던 마음을 나타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무관심한 연인의 모습과는 반대로 연인의 바로 밑에는 의자에 앉은 채 실험에 몰입하고 있는 두 남자는 실험에 매료된 표정과 몸가짐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한 관찰자의 손에 들려있는 시계는 아마도 새가 죽는 시간을 재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의 중앙에 있는 큰 소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돌리고 있으며 조금 더 어려 보이는 소녀는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새를 바라보고 있는데요. 아이들은 과학적 호기심보다는 새의 불쌍한 처지에 마음이 더 많이 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른쪽 끝에는 깊은 생각에 잠긴 사람을 그려 놓았는데요. 전반적으로 동적인 화면에 정적인 부분을 첨가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림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과학의 상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오른쪽 구석의 창문 밖에 보이는 달입니다. 당시 영국에는 루나 소사이어티라는 모임에서 산업혁명 즈음 일어난 새로운 과학에 관해 토론을 하곤 했다고 전해지는데요. 라이트는 달을 뜻하는 단어인 루나를 창문 밖에 보이는 달로서 상징한 것입니다. 에어펌프의 실험은 화학과 미술이 만나는 대표적인 그림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근대화학의 기초를 세운 연금술의 시대와 근대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라부아지에 시대를 잇는 중요한 산업혁명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실험 내용도 당시에 가장 대중의 관심을 끈 연소와 생명체 호흡의 관건이었던 산소의 정체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작품 속에 나타난 실험처럼 18세기는 과학과 산업 선구자들의 시대였으며 라이트는 이 시대의 정신을 완벽하게 포착한 화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품활동
조명 효과로 과학의 미래를 비추다.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은 피렌체 대성당 세례당의 청동문 작업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당시 작업을 맡길 최고의 금세공을 찾기 위한 심사에 당선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심사는 단순한 토의를 통해 담당자를 선정한 것이 아니라 현재로 따지자면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최고의 금세공 마에스트로들에게 공통적인 주제를 준 뒤 만들어진 결과물을 심사하여 우승자를 뽑았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치열했던 심사 현장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라이트는 빛의 근원이 신으로부터 과학으로 옮겨왔음을 보여주는 영국의 대표적인 미술가였는데요. 주로 어두운 배경 가운데 강렬한 광원을 이용하여 주된 사건과 등장인물에게 극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특히 라이트는 촛불이나 램프와 같은 인공조명의 효과를 그려내는 데 탁월하였는데요. 지금부터 라이트의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난 코린토스의 처녀와 촛불에 비친 두 소녀의 고양이를 함께 감상해 볼까요?
첫 번째 작품 코린토스의 처녀는 인류 최초의 사실적인 초상화가 탄생하게 된 전설을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입니다. 옛날 코린토스라는 곳에 한 소녀가 살았는데요. 소녀에게는 애인이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먼 나라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슬픔에 빠진 소녀는 애인과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애인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였는데요. 이때 소녀에게 불현듯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벽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 남자의 얼굴을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녀는 애인을 등잔불이 밝게 비추는 벽 쪽으로 데리고 간 뒤 등잔불로 인해 생긴 그림자를 따라 남자의 윤곽을 정확하게 그려나갔습니다. 애인의 모습을 계속 기억하고자 한 소녀의 사랑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회화예술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서 비롯된 초상화의 탄생 이야기를 라이트는 시적이고, 낭만적인 붓질로 표현하였으며 비교적 어두운 배경과 달리 두 연인의 모습은 조명에 비친 밝은 모습으로 그려 극적인 효과를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애인의 모습을 그림자에 비춰 그리고 있는 처녀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림은 평면 위에 구체적인 대상을 모방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지만 그저 단순히 본 것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코린토스의 소녀가 애인을 계속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자신의 그림에 실었듯이, 회화에는 그림을 그린 이의 생각이나 감정 혹은 화가가 속한 시대의 정서나 염원이 담겨있기 마련입니다. 회화를 외부 대상의 형상이나 기타 이미지를 빌어 내적인 의미를 평면 위에 표현하는 예술로서 생각했던 라이트의 생각이 이 작품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감상하실 작품은 촛불에 비친 두 소녀의 고양이입니다. 촛불과 고양이를 가운데 둔 채 한 소녀는 고개를 돌려 정면을 직시하고 있으며, 한 소녀는 가지고 놀던 인형도 탁자에 내려놓고 고양이를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쓰다듬고 있네요. 어두운 배경에 대비하여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소녀와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는 표정, 그리고 고양이의 모습이 굉장히 극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요. 이런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을 바로 키아로스쿠로 기법 덕분이었습니다. 키아로스쿠로는 원래 목판화의 용어로써 이탈리아어 밝다 와 어둡다가 결합된 말입니다. 라이트는 부분조명을 무대조명처럼 이용하는 카라바조의 키아로스쿠로 기법, 즉 화면 전체는 거의 밤처럼 어둡고 화면 가운데만 밝게 표현하여 분위기와 긴장감을 높이는 기법을 계승하였는데요. 이 작품에서도 고양이를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얼굴을 부분적으로 비추는 밝은 조명과 깜깜한 방안의 대비가 작품의 분위기와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라이트의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 마치 어두운 장소에서 작은 불빛을 켜놓고 그림 속 인물들과 함께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인공조명을 사용했던 라이트의 작품을 통해서 신의 소유로 생각되었던 빛을 방 안으로 가져와 밝은 촛불과 전등처럼 과학의 미래를 밝히고자 했던 화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촛불 하나로 밝힌 과학
라이트는 부분조명 기법과 빛의 세계에 매료되어 드라마틱한 그림을 남겼는데요. 특히 인을 발견한 연금술사나 빨갛게 달궈진 쇠를 큰 망치로 두들기는 대장간등 대부분 과학과 산업에 대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라이트는 한 달에 한 번 모여 최신 과학을 토론하던 루나 소사이어티의 구성원으로서 과학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과학자들과 폭넓은 교우 관계를 유지하였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그 당시 영국에서 일어났던 과학의 열풍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라이트가 가입했던 루나 소사이어티는 당시 영국 사교계의 유행이었던 과학 모임이었습니다. 구성원들은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는 월요일에 만나서 과학에 관하여 토론하고 강의를 들었는데요. 과학에 흥미를 가진 귀족이나 부자들이 이 클럽을 통하여 발명가들을 지원하기도 하였습니다. 1765년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도 루나 소사이어티의 구성원 중 한 명이었다고 하네요.
루나 소사이어티가 활동했던 산업혁명 태동기는 자연과학과 기술이 종교와 거의 같은 반열까지 올라간 시기였는데요. 여러 학자들은 신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는 기존의 학설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면서 논쟁을 벌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뉴턴은 하나님의 운행 섭리에서 독립하여 자연이 자동으로 움직여진다는 자동운행개념에 크게 기여하였는데요. 뉴턴 또한 신실한 신자였기 때문에 신이 운행하는 힘을 처음으로 만든 뒤 자연현상에 의하여 운행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뉴턴의 학설에 대해 독일 학자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는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는데요. 신이 천체 시계를 만든 이후 그 태엽을 정기적으로 감으며 수리한다고 믿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당시 과학자들의 주장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느껴지겠지만 아마도 그 당시의 루나 소사이어티에서는 이러한 생생하고 격렬한 토론이 밤새도록 행해졌을 것입니다. 이런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 라이트에게는 정교한 제조 기술과 이론을 겸비한 인물이자 천구의를 제작한 제임스 페르구손이라는 천문학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페르그손은 1762년 더비에 와서 천문학 강의를 하였는데요. 아마 이때 페르구손이 루나 소사이어티에서 태양계 천구의를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라이트는 이 강의에서 천구 강의의 영감을 얻었을 것입니다. 천체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서 탄생한 천구 강의는 높이가 1.5미터 가까이 되고, 너비는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작품입니다. 전쟁장면과 같은 긴장감이나 볼거리가 없는 과학강의는 대형 회화 작품의 주제로서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였는데요. 라이트는 작은 촛불 하나로 재미없어 보이는 과학 강의를 아주 흥미롭게 나타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작품 중앙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이 작은 촛불의 빛이 주는 의미는 분명한데요. 바로 지식의 빛, 탐구의 빛입니다. 작품 중앙에 놓인 이 신기한 기계는 태양계의 모형인 천구입니다. 18세기 초에 발명된 천구는 일 년 동안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의 움직임을 보여 주는 천체 기계인데요. 지구, 달, 토성 등이 크랭크와 레버로 연결되어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어두운 방 안에서 작은 조명이 천구를 중심으로 가운데만 밝게 비추고 있는데요. 이러한 표현방식은 태양계를 바라보는 각 인물들의 다양한 반응을 강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태양을 의미하는 램프 빛으로 밝게 비친 학자와 다른 인물들의 얼굴은 그늘진 실내와 극적으로 대비되며, 이 강의에 몰입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품 속 인물들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해 볼까요? 어두운 방 안에서 백발의 학자는 깃을 세운 빨간 외투를 입고 행성의 운행에 관한 강의를 듣는 학생들 앞에 서 있는데요. 아마 라이트에게 천문학을 알려줬던 친구 제임스 페르그손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닐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학자는 자신의 곁에서 무언가를 필기하고 있는 남성 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학자와 다른 등장인물들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필기를 하는 사람은 알려져 있는데요. 라이트가 이 남성의 초상화를 그렸기 때문입니다. 필기를 하고 있는 사람은 페레즈 버뎃으로 연구자이자 지도제작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그림 속의 페레즈는 천체의 운행을 계산하는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품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아이들의 모습인데요. 일반적으로 당시의 그림에 아이가 등장할 때는 귀족이나 왕족의 아이들이 나오는 데에 비해 여기서는 중산층의 아이들을 그림 한가운데 그것도 가장 밝게 그려 넣었습니다. 특히 천구 강의에서는 아이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요. 아마 라이트는 아이들에게 사과는 지구로 떨어지는데 왜 달은 아닐까? 왜 달은 제 궤도로 돌고 있을까? 와 같은 과학 이야기들을 설명해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아이는 수학이나 과학을 지루해하는데요. 이 방 안에서 과학 강의를 듣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전혀 지루해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무슨 재미난 놀이를 구경하는 흥미진진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당대의 교육학자 존 로크는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교육으로, 지식을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가슴속에 넣어야 한다. 고 말하며 아이들을 위한 놀이에 의한 교육을 강조했는데요. 라이트는 이 작품에서 이상적인 교육 현장을 그린 것입니다. 라이트의 천구 강의 속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인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 지식인 계층이었던 학자나 교육의 기회가 많았던 남자들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와 여인을 작품 속에 그린 라이트는 어쩌면 자신이 사랑했던 재미있는 과학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 천구를 밝히는 환한 불빛처럼 과학의 미래 또한 밝기를 염원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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