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에곤쉴레, 생애와 작품

 

 

에곤 쉴레(Egon Schiele) 생애

 

순수미술을 만화처럼 왜곡시킨 사람으로 말하자면 에곤 쉴레를 따를 이 가 없을 것입니다. 그는 표현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드로잉이 만화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화가라면 대상의 외관을 변형시킬 때 추 하게 나타내기보다는 이상화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쉴레는 그런 태 도를 대상의 진실에서 멀어지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쉴레에게. 있어 외부세계는 내면정서의 뒤틀린 영상을 반영하는 거울처 럼 다양한 각도로 굴절되어 있는데요. 그는 그림에서는 무엇보다도 느 낌이 가장 중요하며, 회화적인 요소들은 감정을 보다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강렬한 심리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거친 색조와 뒤틀린 선을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곤. 쉴레는 1890년 6월 12일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서북쪽으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 툴른에서 태어났습니다. 독일 북쪽 지방에서 온 아버지 아돌프 쉴레는 툴은 역장이었고, 어머니 마리는 체 코 보헤미아 출신이었습니다.

쉴레의 집안은 철도와 관련이 깊은데요. 그의 조부는 철도건설에 참여 했었고, 아버지는 철도역의 역장이었으며, 그의 큰아버지 역시 철도 기 술자였습니다. 그의 누이 멜라니도 철도 관련업에 종사하였으며 훗날. 철도회사 관리와 결혼하였습니다 쉴레의 아버지는 자신의 지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충분한 월급으로 가족들이 안락한 중산층의 삶을 누리게 하였습니다. 쉴레는. 어린 시절부터 화가가 되고자 하였습니다. 그의 뛰어난 드로잉 솜씨는 일찍이 발견되었는데요. 훗날 쉴레의 어머니가 빈의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를, 쉴레는 두 살이 되기 전부터 무엇인가를 그리기 시작하였으며 어릴 적 대부분의 시간을 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보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재능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의 뒤를 따 라 안정되고 존경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툴른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쉴레는 1901년에 크렘스의 친척집으로 가 그곳에서 고등학교에 입학하였 습니다 그러나 말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의 쉴레가 학업성적이 부진하자 그의 아버지는 1902년에 쉴레 를 빈의 북쪽 클로스터노이부르크에 있는 실업고등학교로 전학시켰습니다 학업성적이 좋지 않았던 쉴 레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유일하게 우수함을 나타낸 것은 드로잉이었습니다 일부 교사들은 드로잉에 대한 쉴레의 재능을 인정하게 되지만, 학교교육을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여기며 혐오하던 쉴레는 교사들을 적대시하였습니다. 그러나. 쉴레는 학교에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바로 화가이자 미술교사인 카를 슈트라우흐였습니다 그는 쉴레의 재능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작업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슈트라우흐의 지도로 학교 미술실에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그린 그림은 열 대여 섯 살 먹은 학생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놀랄 만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04년에.1904 쉴레의 가족들도 클로스터노이부르크로 이주하였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점점 기이한 행동이 심해지면서 직장을 잃었기 때문인데요 이 무렵 열여섯 살인 쉴레의 누나 멜라니가 집안 살림을 돕기 위 해 철도원의 출납원으로 취직한 것을 보면 당시 쉴레 일가의 경제상태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1904년 12월 31일 밤에 쉴레의 아버지는 사망하였습니다 사후 연금을 조금이라도 빨리 타기 위 해 가족들은 다음날인 1905년 1월 1일에 그의 죽음을 바로 신고하였습니다 그들의 경제 사정이 그토 록 궁핍했던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쉴레의 후견인으로 큰아버지인 레오폴트 치하체크 가 지명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후 쉴레와 어머니의 관계는 점점 더 냉담해져 갔습니다 쉴레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죽음을 크게 슬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어머니에 대해 끊임없이 불만을 토로했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친지들에게 쉴레의 행동을 불평하는 편지를 쓰곤 하였습니다. 반면. 누이동생 게르티와의 관계는 매우 각별하였고, 심지어 에로틱한 분위기를 풍기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는 게르티를 모델로 한 많은 누드그림에서 짐작할 수 있는데, 게르티는 정기적으로 쉴레의 누드모델 이 되어 주었습니다. 쉴레의. 부모는 아이들의 이러한 특별한 관계를 못마땅하게 여겼는데요 한번은 쉴레와 게르티가 문을 잠근 채 방 안에 있는 것을 의심스럽게 생각한 아버지가 방문을 부수고 들어가 보니 남매는 천진난만하게 필름을 현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쉴레의 아버지가 왜 평정심을 잃고 잠긴 문을 부수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요 그 후의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는 차치하고, 이 일화는 쉴레 남매의 유별난 친밀도 를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작품활동

클림트와의 만남

1906년, 쉴레가 회화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후견인인 치하체크는 완강하게 반대하면서 기술전 문학교에 진학할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이는 치하체크가 조카의 재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도 했고, 예술이라는 추상적인 것에 대해 경계심과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관심이 오 로지 회화에만 집중되어 있던 쉴레는 하체크가 권하는 기술교육을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쉴레가 치하체크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술 아카데미에 진학할 수 있었던 데는 슈트라우흐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가 쉴레의 어머니와 후견인을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 쉴레의 회화에 대한 열정이 비로소 가족들에게 정식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쉴레는 1906년에 빈 미술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 합격하 여 미술학도로서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쉴레는 미리 정해진 주제만을 그리도록 강요하는 미술 아카데미의 교육방식에 매우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술 아카데미는 고전의 모사, 실물 데생, 해부학과 원근법과 같은 진부한 교육방식을 따르고 있었는데요. 새로운 것을 실험하거나 상상력을 발휘하고자 했던 학생들은 수업 이외의 시간을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학교교육을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생각하며 오로지 그림 그리기에만 몰두해 온 쉴레는 자신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 줄 최초의 장이 바로 미술 아카데 미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곳 역시 쉴레가 혐오해 온 다른 학교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곳이라는 사실에 그의 불만과 울적함은 한층 심각해져만 갔습니다당시 아카데미 교육에 염증을 느낀 자유분방한 학생들은 당시 가장 현대적인 미술을 대변하고 있는 빈 분리파의 활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분리파의 중심에는 구스타프 클림트가 있었고, 그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미술과는 다른 새로운 모범을 찾고자 하던 미술학도에게 클림트는 당시 가장 현대 적인 미술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아카데미 교수진들은 클림트의 미술을 진정한 미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싶어 했고,, 학생들에게 클림트와 분리파에 관계하지 말 것을 거듭 충고하였 고 분리파 전시회를 방문하는 것조차 금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처사는 오히려 젊은 학생들의 호 기심을 더울 불러일으켰습니다. 일찍이. 클림트의 작품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던 쉴레는 클림트 주위의 모임을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마 침내 1907년에 그를 만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열일곱 살의 쉴레가 자신의 드로잉 작품을 가지고 클 림트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비평과 조언을 구했을 때 클림트는 자네는 이미 나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라고 하였습니다. 쉴레의 드로잉에서 재능을 발견한 클림트는 그를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아주었고,, 쉴레의 드로잉을 구입하 거나 구매력 있는 후원자를 소개해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쉴레를 도와주었습니다.

이 시기 쉴레의 작품들을 보면 클림트의 영향이 역력합니다. 쉴레의 〈물의 영들〉은 클림트의 〈물뱀〉의 주제와 화법을 따르 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클림트의 〈다나에〉를 보고 대가의 장식적 요소와 애욕주 의에 매료된 쉴레는 이와 비슷한 형태의 〈다나에〉를 그렸습니 다. 쉴레가 그린 〈다나에〉에서 빗줄기가 되어 감금당한 다나에를 방문하는 제우스를 묘사한 부분의 장식적인 효과는 분명히 클림트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인물의 자세는 전혀 다른데요. 클림트의 다나에가 위를 향해 누워 몸을 둥글게 말고 있다면 쉴레의 다나에는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쉴레의. 독자적인 발상에 의해 탄생한 이 포즈가 실로 박진감이 넘쳤던지, 훗날 클림트는 〈레다〉를 그리면서 쉴레의 〈다나 에〉의 자세를 빌려옵니다. 만약 쉴레가 단순히 클림트의 영향 권 아래 머문 아류화가였다면 이러한 상호관계는 결코 생겨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쉴레는 클림트로 인하여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었고, 그래서 해서 세상에 나온 쉴 레를 이번에는 클림트가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일반적인 사제관계와는 다른, 서로 상대의 개성을 인정하는 화가로서의 대등한 관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클림트와. 개인적으로 친분을 맺고 그에게 작품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받은 이후로 쉴레의 아카데미 교수들에 대한 반감은 점점 커져갔습니다 결국 쉴레는 1909년 4월에 미술 아카데미를 자퇴하게 되는데 요 이때 아카데미의 보수적이고 완고한 수업방식에 불만을 느낀 몇몇 학생들도 함께 자퇴하였고, 쉴레 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예술가 그룹을 결성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열아홉 살의 쉴레는 미술학도로서 의 신분을 버리고 시대의 한가운데로 나가 한 사람의 화가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한편,클림트와 함께 빈 분리파의 중심인물이었던 요제프 호프만과 콜로만 모저는 1903년 6월에 빈 공 방을 창설하였는데, 이는 빈 분리파의 붕괴를 예고하는 것이었습니다 빈 공방은 좀 더 상업적인 성공에 목적을 두고 응용미술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는데, 쉴레는 클림트가 소개해 준 호프만을 통해 빈 공방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클림트를 만난 덕택에 누릴 수 있었던 행운이었지요빈 공방의 사업은 날로 번창하였는데요 유리제품과 금속제품, 도자기, 가구 등을 제작하여 빈 내에서 판매를 하였고, 1920년대에는 많은 물 량을 뉴욕에 수출까지 했습니다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참여를 필 요로 한 호프만에게 쉴레는 적임자였습니다 호프만은 한 예술가가 여 러 가지를 디자인하는 것을 빈 공방의 원칙으로 삼았고, 쉴레는 빈 공 방에서 남성복과 여성구두, 엽서 등을 디자인했습니다

의상을 디자인하던 쉴레는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을 몸소 입게 되었고, 자연히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나르시시즘이 심화되었습니다. 그는 거울 앞에서 갖가지 포즈를 취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사진작가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100점이 넘는 쉴레의 자화상에는 기괴한 모습들이 많은데, 그가 거울 앞에서 얼마나 다양한 포즈를 취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제. 초상화는 쉴레의 주요 장르가 되었으며, 그는 많은 자화상을 그림으로써 자신이 회화의 중요한 주제임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쉴레의 자 화상은 대부분 누드입니다. 자화상을 간소한 드로잉을 넘어서는 초상화의 범주로 생각한다면 벌거벗은 모습의 자화상들은 왠지 이상하게 보이는데요. 그의. 자화상은 일반적인 자화상과는 명백하게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화상이 자신의 모습에 대한 묘사인 이상 쉴레에게 진정한 자기란 일상의 옷을 걸친 사회적 존재가 아니며, 자신을 탐구하 고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누드였던 것입니다

 

과장된 제스처의 초상화

1908년 쉴레는 클로스터노이부르크 자선재단에서 첫 번째 전시회를 열어 빈 화단에 새로운 화가의 등 장을 알렸습니다. 첫 전시회의 가장 중요한 수확은, 훗날 쉴레의 후원자이자 친구로서 그의 생애에 중요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한 관객이 쉴레의 작품을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바로 황립 철도 청의 간부인 하인리히 네 슈였습니다.. 베네슈는 열정적으로 쉴레의 드로잉과 수채화를 구입했는데요. 이로 인해 훗날 저명한 미술사학자가 된 그의 아들 오토 베네슈가 관장으로 일했던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쉴레의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1909년,.1909년, 클림트를 중심으로 한 오스트리아 예술가연맹에서 개최한 쿤스트샤우 전시회에는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을 포함해서 앙리 마티스, 에드바르트 뭉크 등 유럽 대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클림 트위 초청을 받은 쉴레도 여기에 총 4점의 작품을 출품하였습니다 쉴레는 비록 1909년 쿤스트샤우 전시회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곧 자신을 알릴 새로운 기회 를 갖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 12월, 구스타프 피스코의 화랑에서 신예술가들이라는 전시회에 쉴레와 아카데미를 자퇴한 예술가들을 참가시켰습니다. 빈에서 무명 예술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는데, 경제적으로 성공한 피스코는 새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들의 야망은 대단했는데요. 그들은 자신들이 빈 화단의 주역이 되고자 노력하였습

니다. 쉴레는 1909년과 1910년에 열린 신예술가들 전시회에 참여하였습니다. 피스코 화랑에서 열린 신예술가들 전시회는 쉴레에게 행운을 안겨주 었습니다. 미술평론가이자 미술품수집가 아르투어 뢰슬러는 이 전시회에서 쉴레의 재능을 발견하고 『노동 신문』에 전시회에 대한 소감과 함 께 쉴레의 재능을 칭찬하는 평론을 기고하였습니다. 그는 쉴레에게 화 상들을 소개해주었고, 쉴레의 작품을 구입하는 등 재정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1910년, 쉴레는 자신의 친구인 에르빈 도미닉 오젠과 그의 애인 모아 와 함께 체코 크루 나우에서 여름을 보냈습니다. 화가이자 연극배우인 오젠은 모아와 함께 무대에서 기괴한 제스처로 연기를 하곤 했는데, 무 대에서의 그의 다양한 연기는 쉴레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쉴레는 평범한 인간의 제스처보다는 무대에서 연기처럼 어떤 목적을 갖고 강렬하게 몸으로 표현하는 제스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는 깡마르고 뼈가 불쑥 튀어나온 모델을 선호했는데, 그런 육체에서 는 강렬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젠과의. 교류로 인해 쉴레는 독특한 자신만의 회화를 확립하게 되었습니다.. 오젠은 1913년 빈에 있는 정신병동에서 환자들의 행위를 연 구하여 자신의 연기에 활용하였는데, 그의 연구는 쉴레에게 직접 적은 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쉴레는.쉴레는 1910년부터 병리학적 제스처를 취한 자화상이나 초상화를 많이 그리기 시작했는데요. 주로 배경을 여백으로 열어놓고, 모델의 표정 과 손짓, 몸짓으로 표현을 두드러지게 하였습니다. 쉴레는 초상화를 통 해 비정상적인 태도로 관람자들을 바라보았고, 관람자들 또한 그의 모 델을 통해 쉴레의 비정상적인 정신세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모델에 대한 다양한 포즈의 주문은 연출자가 배우들에게 하는 요구와 같아 퍼 포먼스의 일면으로 간주할 수 있는데요. 쉴레는 캔버스를 통해서 퍼포 먼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쉴레는 이중 자화상을 그리기도 했는데요. 이중 자화상을 그린 것 은 자아에 대한 분열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거울을 들여다볼 때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모습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라면, 어떤 모습이 참 자아인지 스스로도 헷갈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아마도 쉴레는 거울 속에서 자신의 이중적 모습을 발견했는 지도 모릅니다. 쉴레는. 사춘기에 접어들기 이전의 소녀들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이들 은 어머니의 감시를 피해 몰래 쉴레의 작업실에 와서 모델이 되었습니다.. 이 일이 알려지자 동네 사람들은 쉴레가 소녀들을 끌어들여 춘화를 그려 판다고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경찰관이 쉴레의 작업실을 수색했 을 때 백 장도 넘는 에로틱 드로잉이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미성년자 유인 등의 혐의로 쉴레를 유치장에 가두고 조사에 들어갔고, 21일 동 안 구금되었다가 풀려났습니다.쉴레는 자신이 구금되었던 것이 예술을 위해 고난을 받은 것이며, 대중 의 조소가 자신이 천재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 신의 그림이 에로틱하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에로틱한 작품에 예술적 독특함이 있다면 그것은 외설이 아니다. 그것이 외설이 되는 것은 관람자가 더러운 인간일 때만 그러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쉴레의 명성은 나날이 커져갔고, 그는 이제 오스카 코코슈카와 더불어 오 스트리아의 가장 유명한 예술가로 국내외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913년에는 클림트가 회장으로 있 는 오스트리아 예술가 연맹에 소속되어 그의 새로운 작품들이 빈에서 열린 국제 흑백 전과 분리파 전시 회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1914년에는 빈에서 모던아트를 소개하는 손꼽히는 화랑인 아르노트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하였습니다.

1914년 7월 28일, 합스부르크 왕조는 세르비아에 전쟁을 선포하고, 이로써 유럽은 제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쉴레는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의사소견서를 제출하여 징집을 모 면할 수 있었습니다. 1915년 6월 17일에는 에디트 하름스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으나, 계속되는 전쟁으로 결혼 나흘 뒤에 징집되어 오스트리아 남쪽 뮐링에 있는 러시아 병사 포로수용소에서 서기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 나 포로수용소 상관의 배려로 뮐링에서 복무하던 기간 동안 쉴레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며, 1917년부터 복무하게 된 빈에서도 상급자의 배려로 집에서 출근할 수 있었으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가를 많은 받았는데요. 쉴레가 복무했던 기간 동안 많은 유화와 드로잉을 제작한 것으로 보아 그는 전 쟁과는 상관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활동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18년.1918년 2월 6일, 쉴레가 존경하던 클림트가 세상을 떠났고, 이제 쉴레는 오스트리아를 이끄는 예술가의 지위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이는 1918년 3월에 개최된 빈 분리파 전시회에서 쉴레가 주요 참가작 가였던 것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쉴레의 작품은 놀랍도록 비싼 가격에 팔렸고, 이 전시회의 성공은 쉴레 인생의 클라이맥스에 해당되었습니다.

이 무렵 쉴레는 안정된 결혼생활을 누리며 지냈는데,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된 〈가족〉에서 이런 점이 발견 되고 있습니다. 화면에는 맨 뒤에서 아버지가 왼쪽 팔을 번쩍 들어 한껏 벌린 채 꺾어 세운 무릎 위에 늘 어뜨리고 있으며, 아버지의 구부리고 있는 다리 사이에 어머니가, 그리고 어머니의 벌려진 다리 사이에 아이가, 이렇게 세 단계로 인물들이 겹쳐 있습니다. 여기서 아버지는 쉴레, 어머니는 에디트, 아이는 아 직 태어나지 않은 장래의 아이일 것입니다. 아버지의 들린 팔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펼쳐진 날개 같아 보이며., 그와는 대조적으로 둥그스름한 어머니의 어깨는 다리 사이에 있는 자 식을 따스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지금까지 자화상에서 자신 만이 유일한 대상이었던 쉴레가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행복은 너무 짧게 끝이 났습니다. 1918년 10월 28일에 임신 6 개월이던 그의 아내는 당시 유럽을 휩쓸었던 스페인 독감에 걸려 사망하였고,, 쉴레 자신도 독감에 감염되어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잃은 지 사흘 만인 10월 31일에 스물여덟의 짧은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가 그린 〈가족〉의 모델들은 그렇게 한꺼번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쉴레의 사후 빈에서는 그의 회고전이 정기적으로 열렸고, 1930년대 이후에는 많은 미술사학자들이 그에 관한 논문과 저서를 발표하였습니 다. 이렇게 쉴레는 서양미술사에서 영원히 중요한 예술가로 기록되었습니다.